사업자등록 신청서를 앞에 두고 가장 오래 망설이게 되는 칸이 업종코드다. 상호와 사업장 주소는 금방 정해도, 여섯 자리 숫자 하나는 무엇을 기준으로 골라야 할지 막막하다. 나 역시 처음 CSO 사업자의 업종코드를 고민할 때 몇 날 며칠을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 숫자는 단순한 분류 번호가 아니다. 장부를 어느 수준으로 써야 하는지, 장부 없이 신고할 때 경비를 얼마나 인정받는지가 모두 업종코드에서 갈린다. CSO를 시작하는 대표님이 첫 단추로 꼭 짚어야 하는 이유다.
CSO 전용 업종코드는 아직 없다.
국세청 업종코드에는 아직 '의약품 판촉영업'만을 위한 코드가 따로 없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CSO의 사업 실질과 가장 가까운 코드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한다.
| 구분 | 511119 | 749609 |
|---|---|---|
| 업태 | 도매 및 소매업 (상품중개업) | 사업지원 서비스업 |
| 종목 표기 예시 | 의약품 판매대행업 | 의약품 판매대행업 |
어느 쪽을 골라도 사업자등록과 보건소 판촉영업자 신고에는 지장이 없다. 차이는 등록이 끝난 뒤, 세금을 계산하는 단계에서 드러난다.
덧붙여 CSO는 수수료를 받는 중개 구조라 간이과세 배제 대상이다. 어느 코드를 고르든 사업자는 일반과세자로 등록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차이 하나, 장부 의무가 생기는 시점
세법은 업종을 세 그룹으로 나눠 장부 의무 기준을 다르게 정해 두었다. 511119는 도소매업(상품중개업) 그룹, 749609는 서비스업 그룹에 속하는데, 서비스업 그룹의 기준선이 훨씬 낮다.
| 구분 | 511119 | 749609 |
|---|---|---|
| 복식부기 의무 (직전연도 수입금액) | 1억 5천만 원 이상 | 7,500만 원 이상 |
| 성실신고확인 대상 (해당연도 수입금액) | 7억 5천만 원 이상 | 5억 원 이상 |
CSO는 처방 실적 전체가 아니라 정산받은 수수료만 매출로 잡힌다. 그래서 매출이 작아 보이지만, 월 통계가 꾸준히 나오는 대표님이라면 연 수수료 7,500만 원은 생각보다 빨리 넘는다. 749609를 선택했다면 그만큼 일찍 복식부기 의무자가 되고, 장부 작성 부담과 관리 비용도 함께 따라온다.
차이 둘, 추계 신고 때 적용되는 경비율
장부를 쓰지 않고 종합소득세를 신고하면 국세청이 정한 경비율로 소득을 계산한다. 2025년 귀속(2026년 3월 고시) 기준 수치는 다음과 같다.
| 구분 | 511119 | 749609 |
|---|---|---|
| 단순경비율 | 78.0% | 86.4% |
| 기준경비율 | 23.1% | 27.0% |
| 단순경비율 적용 기준 (직전연도 수입금액) | 3,600만 원 미만 | 2,400만 원 미만 |
경비율만 보면 749609가 분명 유리하다. 하지만 단순경비율을 쓸 수 있는 문턱은 511119 쪽이 더 넉넉하다. 표의 숫자 하나만 보고 결정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비율은 해마다 새로 고시된다. 자가 사업장이면 단순경비율에서 0.3%p를 빼는 등 세부 조정도 있으니, 신고 시점에 다시 확인해야 한다.
숫자로 비교해 보기
새로 사업을 시작한 CSO 대표님이 첫해에 장부 없이 단순경비율로 신고한다고 가정해 보자. 수입금액은 부가세를 뺀 공급가액 기준이다.
첫해 수수료 매출이 6,000만 원인 경우
- 511119: 6,000만 원 × (1 − 78.0%) = 소득금액 1,320만 원
- 749609: 6,000만 원 × (1 − 86.4%) = 소득금액 816만 원
같은 매출인데 749609 쪽이 소득금액이 500만 원가량 적다.
첫해 수수료 매출이 1억 원인 경우
- 511119: 복식부기 기준(1억 5천만 원)에 못 미치므로 단순경비율을 적용할 수 있다. 소득금액은 2,200만 원이다.
- 749609: 복식부기 기준(7,500만 원)을 넘어 단순경비율을 쓸 수 없다. 장부를 쓰거나 기준경비율로 신고해야 하는데, 실제 경비가 적은 CSO는 소득금액이 크게 늘어나기 쉽다.
매출 규모에 따라 유불리가 정반대로 바뀌는 셈이다. 또 하나 기억할 점이 있다. 첫해 수입이 3,600만 원(511119) 또는 2,400만 원(749609)을 넘으면, 둘째 해부터는 어느 코드든 단순경비율을 쓸 수 없다. 단순경비율의 혜택은 대부분 첫해에 한정된다는 뜻이다.
마치며
업종코드는 사업자등록 때 한 번 고르고 잊어버리기 쉬운 항목이다. 하지만 이후 몇 년간 장부 의무와 경비율을 좌우하는 출발점이 된다. 예상 매출과 경비 구조, 그리고 법인 전환 같은 향후 계획까지 함께 놓고 정하기를 권한다. 등록 전에 잠깐의 상담만으로도 몇 년치 세금이 달라질 수 있다. 사업자등록 전 필히 전문 세무사와의 상담을 권하는 바이다.
이 글은 2025년 귀속 경비율 고시와 현행 세법을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개별 사안의 세부담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